많은 사람들이 계약서를 쓴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취업을 했을 때, 연봉 협상을 할 때, 대출을 받을 때, 집을 살 때 등 다양한 상황에서 계약서를 쓴다.
그런데 계약서를 쓰기까지, 나아가 계약서를 보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계약서에 원하는 조항이 들어갔는지, 위험도가 있는 조항은 없는지 살펴봐야 할 뿐만 아니라, 계약서를 쓰기 위해 정해진 장소에 가야 하는 등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그럼 계약서를 다 쓰기만하면 ‘땡’일까. 그렇지 않다. 법적 효력이 있는 만큼 잘 보관하고 계약 내용을 잘 이행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기업 입장에서 ‘계약’은 자난하고 복잡한 과제로 느껴질 수 있다. ‘연봉 협상’을 예로 들면, 직원 수가 2000명인 중견기업의 경우 인사관리자가 2000명의 직원들을 만나 일일이 협상을 하고 계약서에 싸인을 받아야 한다. 또 이를 보관해야 하는 등 상당한 인적, 물적 자원이 투입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온 것이 전자계약과 전자서명이다. 기존에 아날로그로 이뤄지던 계약서와 서명을 ‘디지털화(DT)’했다. 그 중 한 곳인 모두싸인은 전자계약과 전자서명을 통해 기업이 계약에 들어가는 인적 자원, 시간, 비용 등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연봉 협상 시, 클릭 한 번에 전자계약서를 보내 직원들이 PC나 스마트폰으로 전자서명을 하면 계약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이를 클라우드에서 보관할 수 있다. 나아가 모두싸인은 계약을 하기 전, 그리고 계약을 하고 난 후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주목해 서비스를 내놓는 등 차별화 전략을 세워나갈 계획이다.
<바이라인 네트워크>는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모두싸인 사무실에서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사진)를 만나, 전자계약서와 전자서명이 무엇인지, 모두싸인의 시장 전략은 무엇인지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모두싸인은 어떤 곳?
지난 2015년 12월 출범한 모두싸인은 온라인 전자계약 서비스 ‘모두싸인’을 운영하고 있다. 최종 투자단계는 시리즈C로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317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 전에는 무엇을 했으며, 전자서명 시장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대학생 시절 법학을 전공한 만큼, 주변에서 법률 관련 질문을 많이 받았고 이들에게 아는 변호사를 소개했다. 생각보다 일상적으로 법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변호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동시에 주변에 변호사가 된 선후배, 동기들이 사건 수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봤다. 대학생 때 만든 동아리 후배들과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창업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도 좋지만, 이런 문제에 당면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것이 더 가치가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사람들에게 법적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들여다보니, 민사 사건의 경우 계약으로 인한 문제가 많았다. 계약서를 쓰지 않았거나, 분실했거나, 잘못 쓴 사례가 많았다. 또 계약서를 쓰더라도 법률적 지식이 없고, 변호사 도움을 받자니 비용이 부담되고, 보관이 어렵다는 등의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전자서명 서비스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됐다.
-창업 당시 전자서명이라는 시장이 이미 있지 않았나?
관련 서비스들이 많았다. 해외에서는 도큐싸인(Docusign)이 고성장을 하고 있었고, 이를 보면서 전자계약, 전자서명에 집중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사람들이 만나지 않고 계약을 할 수 있고 계약서를 언제 어디서든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싸인도 사람들이 직접 도장을 찍지 않고 스마트폰, PC 등을 통해서 서명을 하고 이를 보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워드, 한글 프로그램을 PDF로 변환하지 않아도, 곧바로 모두싸인 서비스에 업로드해 스마트폰이나 PC에서 서명, 도장찍고 보관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이용 방법은 어떻게 되나?
모두싸인이라는 서비스형인터넷(SaaS) 서비스로 웹에서 로그인 해 바로 쓸 수 있다. 저희가 제공하는 결재, 근로계약서 등 기업에서 주로 이용하는 문서 양식을 이용하거나, 기업이 직접 문서 양식을 만들어 전자서명, 전자계약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근로계약서 탬플릿을 이용한다고 하면, 내용을 채운 뒤 서명할 사람을 지정해 이메일, 카카오톡 등으로 계약서를 전송한다. 전자 계약서를 받는 사람은 모두싸인에 가입하거나 비용을 내지 않아도 전자서명을 한 뒤 이를 재전송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터치해 싸인할 수 있고, 도장을 찍고 싶다면 PC에서 도장 이미지를 만드는 기능을 이용하면 된다.
전자계약인 만큼 계약 과정이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기록도 확인할 수 있다. 원본검증 키, 문서 아이디를 포함해, 어떤 사람이 전자 계약서를 언제 확인했는지 등의 이력이 담겼다. 추후에 법적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증거로 활용할 수 있는 이유다.
또 다른 예로, 대기업은 연봉계약을 수 천명, 많게는 수 만명의 직원들과 해야 하는데, 이때 인사 담당자가 연봉계약서를 출력해 일일이 직원들에게 찾아가 서명을 받아야 한다. 모두싸인을 이용하면 연봉계약서 양식을 등록해 둔 다음, 직원들의 정보를 입력해 메일, 카카오톡 등으로 다수에게 한 번에 전송할 수 있다.
-서비스의 특성상 보안도 중요할 것 같은데
사람에게 지문이 있듯 전자파일에도 고유한 지문과 같은 해시값이 있어 위변조 검증이 가능하다. 모두싸인은 이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위변조 검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문서 아이디와 원본 검증 키를 입력하면 바로 대조가 가능해 원본인지, 위변조된 문서인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모두싸인은 클라우드 서비스 보안인증제(CSAP)와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ISMS-P)’, 국제 표준 인증인 ISO 27001(정보보안 경영시스템), ISO 27017(클라우드 보안관리체계), ISO 27018(클라우드 개인정보 관리체계) 인증을 받았다.
-전자계약서, 보관 방식이 중요할 것 같다
모두싸인 대시보드를 통해 지금까지 체결한 계약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전자계약에 얼마나 비용을 썼는지, 이를 통해 시간과 비용을 얼마나 절약했는지 알려준다. 여기에 기존에 종이로 체결한 문서를 업로드해 전자 문서화해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추후에는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이용해 종이 계약서 디지털화를 자동화할 계획이다.
-사업 고도화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종이로 이뤄지고 있는 계약 형태를 전자서명, 모두싸인으로 바꾸는 것이 저희의 비전이다. 여기서 나아가 계약을 하기 전, 계약을 체결한 후에도 많은 일이 발생한다. 예컨대 계약을 하기 전, 계약서에 어떤 조항을 넣어야 하는지 잘 모르거나, 해당 조항이 어떤 위험도를 가진지 잘 모를 수 있다. 계약을 한 후에는 너무 많은 계약으로 인해 이를 관리, 계약사항 이행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담당자가 다른 기업과 계약을 맺은 뒤 퇴사를 했다. 인수인계 등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계약 자체를 잊어버려 계약 위반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기업들의 계약서에 있는 데이터를 추출해 보관하는 것부터 계약 사항에 따라 기업이 해야 할 일 알림, 계약 자동화, 대금 자동 이체 등의 기능 제공을 고려하고 있다. 또 해당 조약이 법적으로 어떤 위험도가 있는지 알려줄 계획이다. 저희는 이를 ‘계약 생애주기’라고 부르는데, 구현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바이라인 / 2024. 12.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