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5분 만에 전자계약 완료···“철저하게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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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몸담고 있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는 종이로 된 계약서를 쓸 일이 많다. 예를 들어 창업 관련 행사가 빈번히 열리는데 초청연사에게 강연료를 지급하기 위해 매번 종이를 출력해 사인을 받는 것이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수고가 없어졌다. 초청연사에게 이메일로 강연료 서류를 보내고 전자서명을 받는다.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것은 ‘모두싸인’을 사용하면서다. 모두싸인은 클라우드 기반의 전자계약서비스다. 별도의 소프트웨어 설치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로그인만으로 전자계약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공인인증서도 필요 없고, 서로 만나지 않고 계약이 가능하다. 이메일로 받은 링크를 클릭하면 서명을 입력할 수 있어서 5분 만에 모든 계약을 완료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도 쉽게 된다. 모두싸인에 따르면 한국전력공사, 두산, 대웅제약 같은 대기업부터 작은 스타트업까지 현재 8천여개의 회사가 이 전자계약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대면해서 일을 진행하는 문화가 일반적인 한국에서도 전자계약서비스는 급성장 중이다.

그런데 이런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어낸 기업은 놀랍게도 서울이 아닌 부산에 있었다. 한국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B2B 스타트업을, 그것도 고객사의 대부분이 수도권에 있는데도, 어떻게 부산에서 이런 멋진 솔루션을 만들고 성장시켰는지 궁금해 창업자인 이영준 대표를 만나봤다.

고객이 간편 계약과 문서보관 서비스에 가치 둔다는 걸 깨닫고 방향 선회

이영준 대표는 부산대 법대에 재학 중이던 2010년 초 군 제대 후 서울 신림동에서 3년간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노력했지만 고시는 잘 안 됐습니다. 그런데 제가 뭔가 만들고 개발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2013년 학교로 돌아가 개발동아리를 만들고 당시 유행하던 모바일앱을 이것저것 만들어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적성이 사업에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느 성공한 창업가가 그렇듯 그도 본인 주변의 문제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변호사 시장에서 문제를 찾았다. 법적 분쟁으로 변호사를 찾는 분들이 많아 소개해준 일이 많은데, 아는 변호사 중에서 찾으니 사건과 변호사의 전문 분야에 미스매칭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의료사고 때문에 변호사를 찾는데 엉뚱하게 부동산분쟁에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를 소개받는 식이다. 변호사 역시 자신을 제대로 알리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 재학 중이던 2015년 1월 변호사 검색서비스인 ‘인투로’를 만들었다. 그리고 개발동아리 3명이 원룸에서 합숙을 하면서 ‘로아팩토리’라는 회사를 시작했다. 

인투로는 수임 사건, 전문 분야, 경력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의뢰인은 필요한 변호사를 찾을 수 있고 변호사는 효율적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서비스였다. 그런데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다른 문제를 만났다. 소액분쟁의 경우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번거롭기도 하고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였다. 종이계약서를 분실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 대표는 여기서 착안해 챗봇과 대화하면 자동으로 계약서를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3일 만에 만들었고, 2015년 6월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 디비스타스(DB-Stars)에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자동 계약서 작성 기능을 가진 ‘오키도키’라는 제품을 만들어 모바일앱으로도 출시, 디비스타스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런데 공들여 만든 이 서비스가 생각보다 많이 쓰이지 않았다. 다양한 계약서 양식을 만들어 제공했는데 의외였다. 고객데이터를 검색해보니 자유양식으로 된 계약서를 더 많이 썼다. 그리고 사람들이 종이 없이 계약서를 보관할 수 있는 것에 더 가치를 두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까지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찾는 것보다 저희 제품을 만드는 데만 주력했습니다. 그런데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사용자 반응을 분석하고 원하는 것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고객들은 온라인으로 간편히 계약을 하고 그 문서를 보관해두는 서비스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 대표는 방향을 선회했다. 고객에 대한 연구를 하다 보니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도장 이미지만 만들어주는 사이트가 있었던 것이다. 계약서를 실제로 주고받고 도장을 찍는 과정에 불편함을 느낀 사람들이 도장 이미지를 만들어 PDF에 넣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도장 이미지를 더 쉽게 만들고 PDF를 생성해서 삽입한 다음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빠르게 만들어 내놨다. 그 다음부터는 고객의 요구사항을 수집해 핵심만 빠르게 개발하는 방향으로 회사의 문화가 바뀌었다.

“우리가 만들고 싶다고 기능을 추가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고객이 원하는 것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이메일보다 카카오톡이 더 익숙한 고객이 많기 때문에 최근에는 카카오톡에서도 계약이 가능토록 했습니다.”

지방 소재라는 불리함 극복하고 회원 22만명의 전자계약 플랫폼으로 성장

이런 과정을 거쳐 회사의 역량을 전자계약서비스로 모아서 2016년 2월 ‘모두싸인’ 베타버전을 출시했다. 필자는 당시 프라이머 데모데이에서 이 대표의 발표를 들었는데, ‘전자계약은 신뢰성이 생명인데 대기업이 아닌 작은 스타트업, 그것도 부산에 있는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람들이 이용할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난 2년여 만에 모두싸인은 약 3만개 기업, 22만명의 회원이 약 45만개의 문서를 교환하는 전자계약 플랫폼이 됐다. 

이미 시장에는 국내외 대기업의 경쟁제품이 20여개나 될 정도로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검색해보면 모두싸인의 인지도가 가장 높은 편이다. 단 11명의 직원을 가진 부산의 스타트업이 어떻게 이를 가능케 했는지 그에게 물었다. 

“모두싸인 홈페이지를 온라인 검색에 최적화시켰습니다. 전자계약에 관심이 있는 고객이 저희 사이트를 찾아서 방문하면 쉽게 문의를 남길 수 있도록 합니다. 이렇게 연락해온 고객을 제가 찾아가 만나 제품을 소개하고 이용하도록 설득합니다.”

이렇게 티끌을 모으듯 고객을 하나씩 끌어 모았다. 큰 회사가 이용하는 것을 보고 신뢰를 느낀 다른 회사들도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다. 무작정 아무 곳이나 문을 두드리는 게 아니고 도입 문의가 있는 곳에 영업을 집중하니 효율적이었다.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빠르게 대응한 것도 중요했다. 잘하고 있는 회사들은 어떻게 하나 철저히 연구하고 벤치마킹했다. 또한 고객대응 등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IT 도구들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다. 이렇게 지방회사로서의 불리한 점을 극복했다. 이 과정에서 프라이머, 케이브릿지, 디캠프 등에서 약 5억원의 투자금도 받았다. 올 초에는 회사이름도 모두싸인으로 변경했다. 이젠 더 큰 도약을 위해 추가 투자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모두싸인의 성장을 보며 지방의 스타트업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내는 능력이 창업가의 핵심역량이라는 것도 다시 확인했다.


2018.08.24 /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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