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편함’이 19만개 기업 공략 비결, 대면 서비스도 출시
“전자계약을 써보기 전까진 막연히 좋겠지 생각하지만 막상 이렇게 해도 계약이 되는 건지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한 번 쓰면 만나서 종이로 계약하는 걸로 못 돌아갑니다. 저희가 고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경험입니다. 전자계약을 해볼 수 있는 기회는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점점 늘고 있습니다.”
부산 해운대구 본사에서 만난 간편 전자계약 서비스 ‘모두싸인’의 이영준 대표는 “계약을 하는 방식이 전자화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자신했다. 모두싸인은 만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어떤 상황에서든 계약이 필요할 때 종이 없이도 PC 또는 스마트폰 등 다양한 기기를 통해서 서명할 수 있는 전자계약 서비스다. 전자계약서 양식부터 서명, 보관, 관리까지 종합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최근 은행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대면 방식의 전자계약 서비스도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 나와 있는 서비스보다 저렴하고,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모두싸인은 7월 1일 기준 19만개 기업·기관 고객, 310만 누적 이용자가 경험했다. 기업 고객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당근마켓, 컬리 등 스타트업과 삼성전자(59,900원 ▼ 1,000 -1.64%), 네이버, 카카오(75,300원 ▼ 1,400 -1.83%) 같은 대기업까지 다양하다. 지난해까지 총 140억원의 투자금(시리즈B)을 유치했고, 내년에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위해 추가 투자 유치를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계약의 표준’이 돼 모두싸인을 플랫폼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의 80~90%를 고객사로 끌어안을 수 있다면, 카카오처럼 모두싸인을 플랫폼화해 다양한 사업적 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 역시 부동산 계약을 했다면 이사나 인테리어 정보 제공·연결 등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부산대 법대를 나와서 IT 기술 기반으로 창업한 게 인상적이다.
“법률 사건 중 70% 정도가 소송액이 3000만원 이하다. 이런 사건은 변호사를 쓰기가 힘들다. 소송액이 500만원인데 변호사 비용 800만원을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나 홀로 소송’ 자체를 좀 줄여보면 좋지 않을까 고민했다. 민사사건의 경우엔 이런 소송의 출발이 계약에서 비롯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서를 안 썼거나, 썼는데 분실했거나 잘못 쓴 식이다. 계약서를 쉽게 누구나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모두싸인’이 여기에서 출발했다. 당시 핵심 서비스는 전자계약서 양식이었고, 부가적으로 사인(서명)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대학에서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었던 것이 법적 문제를 IT 힘으로 풀어내는 데 도움이 됐다.”
-유사 서비스가 많지 않았나.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을 때도 이미 LG유플러스(12,200원 ▼ 150 -1.21%), 더존비즈온(34,350원 ▼ 700 -2%) 같은 큰 기업이 전자계약 서비스를 출시한 상태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이 안 썼다. 간편하고 효율적일 것이라 기대했는데 막상 접해보니 회원가입을 해야 하고, 공인인증서·프로그램 설치까지 절차가 번거로워 차라리 종이로 돌아가겠다는 사람이 많았던 거다. 우리는 전자계약의 핵심 키워드인 ‘간편함’으로 승부를 보자고 했다. 앱을 설치하거나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공인인증서를 쓰지 않고도 브라우저 상에서 바로 서비스가 동작해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용성을 구현해나갔던 게 많은 고객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로 보인다.”
-그래도 ‘계약서는 만나서 써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전자계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사업 초반에 이미 비대면으로 퀵서비스, 등기 등을 통해 종이 계약서를 주고받던 작은 기업을 타깃으로 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런 계약은 당사자 간의 관계에 이미 신뢰가 형성돼 있거나 계약 내용 자체에 문제 의 소지가 별로 없는 경우다. 이후 간편하게 어디에나 적용할 수 있다는 사용성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대기업까지 고객군이 확장됐지만 여전히 계약은 종이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또 비대면으로 충분히 가능한데도 대면을 고집하는 사람이 많다. 이를 위해 대면으로 전자계약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내가 사인한 계약서가 전자화되면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고, 보관도 간편하다. 현재 나와 있는 대면 전자 형식 계약 서비스는 구축 비용이 많이 들지만 모두싸인은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개인이든 기업이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수많은 경쟁사가 있는데 성장 가능한 시장인가.
“글로싸인, 싸인오케이, 위드싸인 등 경쟁사가 약 50곳에 달한다. 한국은 초기 시장이다. (미국 시장점유율 75%로 글로벌 업계 1위인) 도큐사인의 매출·시가총액 등 성장세를 보면 가늠해볼 수 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가는 업체들이 얼마나 서비스를 잘 하느냐에 달렸다. 고객들이 많이 경험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경험한 사람들이 확실히 많아졌다. 이 사람들이 수많은 계약 상대방에게 계약서를 보내기 시작하면 경험한 사람들은 더 많아질 거다. 경험이 결국 우리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촉진제다.”
-앞으로 모두싸인이 나가고자 하는 방향이 궁금하다.
“‘계약의 표준’이 되는 것이 우리 꿈이다. 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시간·비용을 절약해줄 수 있다. 종이 낭비를 막아 환경에도 기여할 수 있다 ······.
조선비즈 / 22.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