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고수들과 경쟁하는데 국내선 몰라줘” ‘인싸’ 되고픈 B2B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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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B 기업을 한 마디로요? 연애보단 결혼하고 싶은 은은하고 묵직한 타입? (최시원 대표)”

B2B 기업은 ‘기업 간 거래(Business to Business)’란 이름 그대로, 기업이 고객이다. 일반 소비자에게 낮은 인지도는 숙명이다. 그런데 이 숙명을 거부하기로 작정한 모임이 최근 생겼다.

‘B2B 연합’을 결성한 스타트업 대표 5인 인터뷰가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포카(도도포인트) 본사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B2B 연합’을 결성한 스타트업 대표 5인 인터뷰가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스포카(도도포인트) 본사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업력 6년 이상의 B2B 소프트웨어 서비스(SaaS) 기업 5개사가 뭉쳤다. 정식 이름은 B2B SaaS 얼라이언스. 별칭은 인싸스(InSaaS)다. ‘인싸가 되고 싶다’는 솔직한 소망이 담겼다.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포카 본사에서 이들 기업의 대표를 만났다.

김진용 뉴플로이 대표(서비스명: 직원 출퇴근·급여 관리 ‘알밤’),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비대면 전자계약 ‘모두싸인’), 최재승 스포카 대표(매장 포인트 적립 ‘도도포인트’),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AI 세무·회계 ‘자비스’), 최시원 채널코퍼레이션 대표(기업용 챗봇 ‘채널톡’)다.

다섯 대표는 ‘인싸스’ 결성 계기로 “직원들이 명절에 자랑할 수 있는 회사가 되고 싶었다”는 점을 꼽았다. “매일이 전쟁터 같은 스타트업계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남았고, 글로벌 고수들과 어깨를 견줄 만한 내실 있는 기업들”임에도, “인지도가 부족해 직원들이 가족에게 선뜻 ‘어디 다닌다’ 말 못하는 게 서글펐다”고 했다.

지난달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최재승 스포카 대표, 최시원 채널코퍼레이션 대표, 김진용 뉴플로이 대표. 임현동 기자
지난달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 최재승 스포카 대표, 최시원 채널코퍼레이션 대표, 김진용 뉴플로이 대표. 임현동 기자

“토스·배민만 아는 더러운 세상? 스스로 알리자”

Q. 왜 결성했나.

최시원 “북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 68%는 B2B 기업이다. 그중 80%는 B2B SaaS 기업이다. 하지만 국내 유니콘 10여 개는 모두 토스, 배달의민족 같은 B2C 기업이다. B2B는 한 곳도 없다. 한국에서도 곧 B2B 유니콘이 나올 듯한데, 아직 B2B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이것부터 바꿔보잔 취지로 결성했다.”

최재승 “처음엔 마케팅 노하우 공유 차원에서 (모임을) 시작했는데, 이젠 B2B 인지도를 올려보자는 목표로 운영하고 있다.”

Q. 한국에서 B2B가 대우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영준 “한국에서 기업용 소프트웨어(SW)에 대한 인식은 보일러 같은 ‘시설물’에 가깝다. 한 번 설치하면 10년씩 써야 하고, 수정·보완도 어려운 고관여 상품 취급받는다. 하지만 (우리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구독 서비스는 다르다. 빠른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일단 써보고 아니다 싶으면 구독 해지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 글로벌 트렌드가 SaaS로 재편 중인 이유기도 하다.”

지난달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최시원 채널코퍼레이션 대표, 최재승 스포카 대표,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 임현동 기자
지난달 1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최시원 채널코퍼레이션 대표, 최재승 스포카 대표, 이영준 모두싸인 대표. 임현동 기자

‘테헤란로 고인물’ 인싸 오형제

Q. 다섯 명이 원래 친했나.

최시원 “친분이 있는 경우도 몇몇 있었지만…. 사실 테헤란로(국내 창업의 중심지)의 고인물들은 서로서로 다 안다.”

최재승 “특히 B2B 기업들끼린 원격 전우애 같은 게 있다.”

김범섭 “서로 존재는 다 알고 있었는데, 먹고 살기 급급했다(웃음). 1~2년 사이 5개사 모두 외적 성장을 이루면서, 질적 성장을 고민하던 차에 김재홍 채널톡 부대표가 페이스북에 B2B 마케팅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글을 썼다. 이때 B2B끼리 모여 스터디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이런 얼라이언스까지 오게 됐다.”


중앙일보 / 2020.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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