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고객 29만개… 해외서 더 잘나가는 ‘토종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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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원조앱의 단점 보완… 국산 IT서비스, 글로벌 시장 사로잡아

한국 스타트업 토스랩이 만든 업무용 메신저 잔디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등 60여국에서 인기다. 쉬운 연락처 공유와 이모티콘 기능 등을 내세워 이용 기업 30만곳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네이버·카카오의 업무용 메신저보다 더 많은 국내외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가상 세계) 앱 제페토는 지난 2월 누적 이용자 2억명을 넘어섰다. 이용자 90%가 해외 접속자다. 최근에는 앤드루 양 미국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가 제페토에 등장해 유세를 했다. 정치인뿐 아니라 유명 가수, 명품 브랜드가 제페토 안으로 들어오면서 원조 메타버스 미국 로블록스를 가파르게 추격하고 있다.

비대면 트렌드로 인한 기업의 디지털 전환이 확산하는 가운데 업무용 메신저·메타버스·기업용 세무회계·전자계약 같은 IT서비스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이들 토종 서비스들은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 해외 원조들의 단점을 보완한 발 빠른 전략으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해외서도 먹히는 국산 IT 서비스

잔디는 대만 업무용 메신저 시장에서 1위에 오른 것을 포함해 유독 아시아 시장에서 인기다. 잔디는 타 부서와 협업할 경우 상대방의 직급과 그의 상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직도를 기본 탑재했다. 또 간결한 대답을 위한 이모티콘을 아시아 각국 언어로 만들어 넣었다. 글로벌 1위 업무용 메신저인 미국의 슬랙에는 없는 기능이다. 토스랩 관계자는 “슬랙이 수평적인 실리콘밸리식 문화를 반영했다면 잔디는 위계질서가 남아있는 동아시아 문화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네이버 계열사 스노우가 선보인 같은 이름의 카메라앱도 전 세계 2억7000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셀카 이미지 보정 기능, 셀카 스티커 효과 등을 앞세워 MZ 세대를 적극 공략했다. 이 분야 원조로 꼽히는 미국 스냅챗과 겨뤄도 밀리지 않는 인기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기업용 채팅 메신저 프로그램을 만드는 센드버드가 글로벌 1위를 달리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국민은행 같은 국내 기업뿐 아니라 딜리버리히어로, 레딧, 텔라닥 같은 글로벌 기업도 센드버드의 고객이다. 월 이용자만 1억5000만명이 넘고 기업가치는 10억달러가 넘는다.

여행 레저 플랫폼 국내 1위 업체 야놀자는 2019년 세계 2위 객실 관리 시스템(PMS) 업체인 이지테크노시스를 인수하며 단숨에 글로벌 시장 강자로 올라섰다.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를 적용해 세계 160여국 1만3000개 이상의 고객사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토종 업무 소프트웨어, 글로벌 원조에 맞서 국내 시장서 인기

세무회계, 전자계약 같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토종 IT 서비스들이 글로벌 시장을 석권한 원조 외산 서비스에 맞서 국내 시장을 지키고 있다.

명함앱 리멤버를 창업했던 김범섭 대표가 만든 AI(인공지능) 경리 서비스 자비스와 세금 환급 서비스 삼쩜삼은 국내 스타트업과 개인사업자 사이서 인기다. 자비스는 국내 기업 5만7000곳이 이용하고 있고, 삼쩜삼은 종합소득세 신고와 세금 환급 사각지대에 있는 아르바이트생, 프리랜서, 배달 라이더층을 공략해 누적 가입자 300만명을 넘겼고, 세금 환급액도 1000억원을 돌파했다. 미국 재무관리 설루션 인튜이트를 벤치마킹했지만 적어도 국내에선 오히려 원조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전자계약 서비스 1위 업체 모두싸인은 코로나 이후 이용자가 5배 늘었다. 전 세계 시장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도큐사인이 지난해 한국에 상륙했지만, 계약서를 카카오톡으로 보내주는 편리함을 앞세워 국내 시장 1위를 수성하고 있다. 현재 고객사는 10만여곳, 가입자는 54만명에 이른다.

국내 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해외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인 베스핀글로벌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추진협의회도 결성했다. 북미 지역의 경우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중 80%가 기업용 소프트웨어 부문 기업이다. 진출에 성공만 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단숨에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기업용 업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올해 1230억달러(약 138조8055억원)에 달한다.


2021.06.28 / 조선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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