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돕는 스타트업들
18일 오후 1시 성동구 성수동에 있는 마케팅 스타트업 마켓잇. 평소 휴게실이던 공간이 구내식당으로 변신했다. 이날의 메뉴는 흰쌀밥, 시래기된장국, 제육두루치기 등으로 한끼당 8000원이다. 직원 70명이 일회용 식판에 음식을 담아 회의실, 자기 자리 등 각자가 원하는 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이 점심 식사를 차린 플레이팅의 장진호 팀장은 “우리는 찾아가는 스타트업 구내식당”이라며 “음식부터 식기, 잔반 수거까지 전부 책임진다”고 했다.
◇작은 회사 경영관리 돕는 스타트업
직원 40명인 코딩 교육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는 경영 관리 직원이 둘뿐이다. 그래도 문제 없이 회사가 돌아간다. 고객 문의, 전자 계약, 세무 관리 등을 전부 다른 스타트업 서비스를 이용해 처리한다. 이런 식이다. 거래처와의 계약은 모두싸인을 이용한다. 문서 업로드부터 서명 요청, 체결 완료까지 전자 문서화해서 5분이면 계약을 완료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김인기 코드스테이츠 대표는 “이런 업무를 우리가 개발하고 직접 처리해야 했다면 수많은 시간과 돈, 인력이 낭비됐을 것”이라고 했다. 영수증과 급여 관리는 AI(인공지능) 경리 프로그램인 자비스 몫이다. 스타트업 자비스앤빌런즈가 운영하는 자비스는 홈택스, 법인카드 등 회사의 모든 금융 정보를 한 번에 관리하고 급여를 자동 계산해준다. 전용 앱으로 영수증 처리 등도 해결한다.
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도 역시 스타트업. 이들도 스타트업을 통해 회사를 관리한다. ‘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을 돕는 스타트업…’ 이런 식으로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모든 것을 해결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플레이팅은 직원이 31명인데 점심을 차려야하는 고객사만 25곳이다. 논현동 본사 주방은 아침부터 음식 준비로 전쟁터가 된다. 고객 응대와 상담은 채널코퍼레이션이란 스타트업이 운영하는 ‘채널톡’의 챗봇이 대부분 해결한다. 홈페이지에서 상담하기 버튼을 누르면 채팅창이 뜨는데 AI 챗봇이 대화하듯이 용건과 소속 회사를 묻는다. 추후 담당자는 잘 정리된 질문지에 답변만 하면 된다. 자비스·모두싸인도 모두 채널톡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법카·간식·문구도 “스타트업끼리 해결”
스타트업은 대부분 영세하게 시작한다. 그러다 보니 기존 은행 등에서 ‘법인’으로서의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법인카드를 발급해주는 회사가 등장했다.‘함께 간다’는 뜻인 고위드 김항기 대표는 “그동안 대부분 스타트업은 대표가 연대보증을 서고 질권 2억원을 통장에 예금해야 한도 1000만원짜리 법인카드를 받을 수 있었다. 스타트업 데이터를 금융회사와 제휴하는 방식으로 스타트업 ‘법카’를 뚫었다”라고 했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스타트업을 위한 ‘오프라인 스타트업’도 계속 생겨난다. 따로 ‘서무’가 없는 작은 회사를 위해, 사무실에 비품⋅간식⋅커피 등을 공급해주는 업체들이 많다. 올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서플라이는 문구류⋅휴지 등 사무실 비품을 정기적으로 구매해주는 스타트업이다. 결제 수단과 기존 구매 리스트만 등록하면 회사가 알아서 적정 가격과 요구 사항에 맞는 품목을 찾아준다. 스낵24는 ‘간식 큐레이션’ 회사로, 회사에 스낵바를 차려준다. 800개 넘는 고객사를 확보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해외선 이미 ‘대세’
채널톡·모두싸인·자비스 같이 기업을 위한 도구를 제공하는 B2B(Business to Business) 업체들을 묶어 SaaS(Software as a Service·기업용 소프트웨어)라고 부른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Business to Consumer)가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라 대중 인지도는 떨어지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분야다.
해외에서는 일찍이 SaaS 분야가 주목받았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중 68%가 B2B 분야고 이 중 80%가 SaaS 기업일 정도로 핵심 미래 먹거리로 인정받고 있다. 슬랙(업무용 메신저), 노션(협업 툴), 줌(화상회의) 등이 대표적인 유니콘이다.
2020.09.21 / 동아일보